작성일 : 14-02-27 10:39
베스트셀러 반값… 이런 문구, 앞으론 못 본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2/26/2014022604330.htm… [759]

최대 15% 제한되는 도서정가제

"定價 부풀리기·실용서 등록 등 책값 거품 만들던 꼼수 원천 봉쇄…
동네서점 붕괴 막고 良書 늘어날 것"
출판계와 서점업계, 소비자 단체 등은 지난 25일 마일리지와 경품을 포함해 최대 15%로 할인을 제한하는 도서정가제 개정안에 합의했다. 할인 폭을 10%로 묶어야 한다는 중소 서점업계와 19%를 주장한 인터넷 서점업계가 반 발씩 양보한 결과다.〈본지 2월 26일자 A21면〉

고흥식 출판인회의 사무국장은 26일 "독자 입장에서는 일시적으로 가격 부담이 생기겠지만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고 양질의 다양한 책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재를 했던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는 "할인을 염두에 두고 정가(定價)를 올리는 관행도 바로잡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타협안은 지난해 1월 발의돼 국회에 계류됐던 도서정가제 개정안에 반영된다. 국회 박홍근 의원실은 "국회는 큰 이견이 없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값 할인'은 없다

26일 한 인터넷 서점은 '베스트셀러 딱 1주일만 50%'라는 제목으로 회원에게 할인 행사 메일을 보냈다. 현행 도서정가제 아래서는 18개월이 지난 구간(舊刊)은 무제한 할인이 가능했다. 하지만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6개월 뒤 시행되면 이런 반값 할인은 사라진다. 법이 허용할 할인율은 최대 15%. 1만원짜리 책이라면 8500원 이상을 줘야 살 수 있는 것이다. 단, 이번 합의안에는 18개월이 지난 책을 재조정가로 낮춰 판매할 수 있는 세부 조항이 포함됐다.


도서정가제 개정 합의안 현행과 개정안 비교표
◇실용 코드 편법 원천봉쇄

실용서나 초등 학습서는 그동안 도서정가제 적용이 안 돼 신간임에도 시장에 나오자마자 30~60% 싼값에 팔 수 있었다. 특히 실용서의 경우 이 맹점을 이용하는 편법이 횡행했다. 국내에서 펴낸 책에는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13자리 옆에 부가 기호 5자리가 적혀 있다. 이 부가 기호의 첫 번째 숫자가 '0'이면 교양, '1'이면 실용인데, 그 숫자에 따라 '책의 팔자'가 180도 뒤바뀐다. 한글판에 영문판을 끼워 팔면서 "외국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실용서 등록을 한 소설이 전형적인 경우다.

◇독자의 득실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 정가보다 싸게 도서를 구매해온 독자라면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는 손실이 따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책값 거품이 빠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출판계는 말한다. 한 출판사 대표는 "실용서는 신간으로 나오자마자 30% 할인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번 도서정가제 개정으로 실용서는 20~30%, 다른 분야도 5~10% 책값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혜경 푸른숲 대표는 "도서정가제 개정은 동네 서점 붕괴를 막기 위한 표준 정립"이라면서 "가격이 아닌 품질과 다양성으로 경쟁하게 됐으니 독자에게도 득"이라고 했다. (박돈규 기자)


- 조선일보 2014.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