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3-01 11:41
출판街 점령한 'TV·스크린셀러'…베스트셀러 톱10 중 8권이 겨울왕국·별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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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인회의가 발표한 2월 마지막 주 베스트셀러 1위는 지난 27일 종영한 SBS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등장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다. 2009년 2월 나온 이 책은 드라마에서 주인공 도민준(김수현 분)이 틈틈이 읽는 책으로 자주 ‘출연’했다.

2위는 1000만 관객 돌파가 확실시되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관련서 《Disney 겨울왕국 무비 스토리북》, 3위는 대한항공이 벌인 광고 캠페인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을 바탕으로 한 같은 이름의 여행 에세이다.

4위는 겨울왕국의 영어 원서 《Frozen》, 5위는 예능 프로그램인 ‘힐링캠프’에 출연했던 철학자 강신주 씨의 《감정수업》이 차지했다. 《감정수업》은 저자의 힐링캠프 출연 이후 하루 판매량이 네 배 이상 뛰었다. 6위와 8,9위도 각각 《겨울왕국》(디즈니 무비 클로즈업4), 《1cm+》(KBS 2TV ‘인간의 조건’에 등장),《겨울왕국 스티커북 500》이다.

출판시장의 베스트셀러가 영화 드라마 등의 ‘파생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28일 한국출판인회의가 발표한 주간 베스트셀러 ‘톱10’ 가운데 책 자체의 경쟁력보다 영화나 드라마, 기업 광고 캠페인 등 ‘외부 효과’를 등에 업은 것이 8권이나 된다. 한국출판협동조합, 교보문고·예스24 등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이 발표하는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출판시장이 이른바 ‘스크린셀러’ 또는 ‘드라마셀러’ 등에 휘둘리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그 정도가 심해졌다. 일부 출판사는 책을 방송에 노출시키기 위해 방송사 PD들을 섭외하는 전담팀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요인으로 인한 베스트셀러 왜곡 현상에 따라 시장에 나와 있는 다양한 분야의 좋은 책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고, 사회에 필요한 담론을 형성하는 출판의 기능도 수행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책은 자체의 콘텐츠 파워를 가진 대표적인 본원상품이었지만 최근 들어 외부 요인에 휘둘리는 파생상품으로 전락했다”며 “출판사들이 영화와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스크린셀러나 드라마셀러를 만들기 위해 외부 시장에 목을 매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 한국경제 20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