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3-18 13:18
[송길영의 빅데이터, 세상을 읽다] 유전자의 집념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바로 그것
   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4/03/18/13765583.html?cloc=ol… [641]
우리나라 신생아의 수는 1972년 115만의 정점을 기록한 이후 2013년 43만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018년부터는 대학에 가고자 하는 사람의 숫자가 지금 대학 정원보다 적어진다고 하니 이제 우리는 초저출산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군요. 2013년도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평생 한 명 정도의 자녀를 갖게 되다 보니 이제는 대부분 엄마가 경험이 없는 초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3년 동안의 소셜미디어 문서로 빅 데이터 분석을 해보면 임신 시점부터 아이가 36개월에 이를 때까지 엄마가 느끼는 감성은 무려 80% 이상이 부정적인 것들이었습니다. 임신 기간 중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두려움’이란 감정은, 출산 후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속상함’이라는 감정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경험이 없는 엄마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전문가들의 충고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1년 아이심리백과, 2012년 단동십훈, 2013년 조세핀의 육아법 등 매년 다른 육아 정보들이 관심을 받게 됩니다. ‘아인슈타인’처럼 키우라 이야기하다가, 곧 ‘프랑스 아이처럼’ 키우라고 합니다. 최근엔 북유럽 스타일의 ‘스칸디나비안’ 육아법이 귀를 솔깃하게 하는군요. 하지만 혹자는 문화가 다른데 아이들만 그렇게 키우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예전처럼 네다섯은 우습게 낳아 3대가 함께 북적이며 생활할 때는 육아의 FAQ(자주 묻는 질문들)가 가정 내에서 손쉽게 해결될 수 있었습니다. 육아에 물질적·정신적 도움을 주는 조부모의 가치가 지금보다 더욱 컸다 말해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아이의 삶의 경로와 범위가 부모의 그것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던 전 시대와 달리, 지금은 영국의 피자 가게와 미국의 쇼핑몰이 사람 대신 드론을 이용해 물건을 배달하는 세상입니다. 부모들은 앞으로 20년 이내에 없어질 직업들의 순위를 보면서, 자신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경험의 유효기간이 어느덧 지나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정보는 채워져도 경험은 채워지지 않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거대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에 공유되는 육아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는 불확실한 미래에 우리의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물려주려는 인간의 노력을 보여줍니다. 인간이라는 종을 수백만 년간 살게 해온 유전자의 집념,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바로 그것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말입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 중앙일보 2014.3.18